엘레베이터와 꿈

2020. 7. 25. 08:29 from 에세이

 너무 흔한 클리셰와 서사로 엘리베이터로 시간여행을 하는 꿈을 꿨다. 실제로 어이없는 게 어떤 특별한 계기로 가는 게 아니라, 이미 시간여행을 하는 게 준비되어 있었다. 현실에 우리집 엘레베이터의 2대의 엘레베이터 사이에 공고란에 시간여행에 관련된 공고가 엘레베이터에 붙여있었고 꿈속에서 너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기함을 토하고 엘레베이터를 탔다. 그런데 실제로 각 층마다 시간대가 다르지 않는가? 기함을 토했다.

 

 흥미로운 점은 그 엘레베이터를 통해 원하는 층에서 엇갈린 듯이 엘리베이터가 멈춰 서서 조금 더 높은 높이에서 문에서 내려오거나 올라가야만 각 시대를 갈 수 있었다. 뭐랄까 공간으로 따졌을 때, 3개의 시간이 동시에 흐름이 연결되어, 3개의 공간이 동시에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80년대, 90년대 그리고 아무런 시간이 느껴지지 않는 엘리베이터의 공간이 하나가 되었다. 

 어떤 시간대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흑인 여학생이 "질병과 사회학에 대한 연관이 무엇인가요?"라고 물었을 때 내가 답 하길 "어떤면에 정확하게 연관이 있다고 하기에는 힘들지만, 잘못된 구조에서 억압된 몸, 개인은 구조로 인한 정서적 취약과 몸의 취약이 관련될 수 있고, 몸의 취약은 면역력의 저하를 부르고, 면역력의 저하는 질병에 대한 취약해진다는  내용으로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정확히 답할 필요도 없지만 명쾌하지 않은 표정을 짓고 나는 떠나왔다.

 꿈이라는 게 무엇인가? 우리가 사전적으로 말하는 꿈은 수면상에서 일어나는 뇌의 특정작용, 혹은 성취하고자 하는 일을 의미하는 동음이의어다.  수면상에 꿈은 성취로서 꿈과 유사점이 있다면 시각적이고 추상적이다. 추상抽狀이 우리가 속히 말하는 추출해낸 상으로 의미로 이해할 때. 거대한 도시의 하나의 건물 정도. 꿈에서는 한 국가에서 하나의 도시 정도의 규모로 추출되었다. 내가 겪은 꿈에서는 공간을 헤집고 다닌다.

 꿈속에서 몸은 무엇인가? 실제한 것인가? 현실에 있는 정보를 재구성하거나 잠자고 있는 뇌의 잔상같은 것일까. 컴퓨터의 램에 플래쉬메모리에 남아있는 정보들 처럼. 그렇다면 컴퓨터도 꿈을 꾸는 것인가? 컴퓨터도 시간여행을 하는 꿈을 꿀까?

 

 

실상 냄새가 느껴지는 장소는 최근에 없었던 것 같다. 하나의 내게 장소로서 꿈이 있다면, 내가 그리워하는 누군가의 품속에서 품어지는 감각을 느끼는 꿈을 꿨을 때다. 나는 그때 내가 꿈을 꾼것을 알고 있었고, 익숙한 체취와 온기가 구체적으로 기억되었고, 매우 슬퍼졌다. 나는 꿈속에서 눈을 뜰 수 없었다. 그러나 눈을 감고도 알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꿈은 추상적이고, 냄새가 없다고 묘사하려고 했으나, 우선 내가 강렬히 욕구하거나, 욕망하거나, 갈구하는 게 아닌, 겪고 반성을 통한 경험한 게 아닌 것이라면 냄새가 없다. 그러나 냄새와 피부에서 느껴진 온기는 뭐랄까 내가 알고 있던 꿈을 넘어서는 어떤 순간이었다.    

 

 

 

*다음 글은 무엇을 써볼까, 나는 글을 쓰면서 기쁨을 느끼는가? 나의 스승처럼 바늘 하나 들어가지 않을 만큼 빽빽한 밀도찬 글을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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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ableLa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