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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듬듯 글쓰기

TableLand 2020. 5. 1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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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을 그릴때도, 글을 읽을 때도, 쓸때도 말할때도 술렁술렁. 말에 힘이 없었다. 나는 비유기적으로, 파편적으로 글을 읽었다. 문장을 하나하나 음절을 '읽으며' 가는게 아니라 크게 뜀박질하며 내용을 건너뛴다. 빨리 결말을 알려고 큰 보폭으로 헐레벌떡 뛰어간다. 글을 읽어가는 전희따위는 필요없다. 그냥 도달하고 봐야한다. 뜨거운 감자 먹듯이 오래 씹지도 않고 삼켜버리는 셈이다. 기억에도 남지도 않고 이 책은 무슨 맛이였나 싶기도 할정도로 기억이 남지가 않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나의 당시 부모님이 책비디오 대여점에 놀면서 읽게된 책들에 영향을 받은것으로 보인다. 쉬운 글과 자극적인 문맥을 읽기만 했고, 만화책을 읽을 때도 술렁술렁, 효과음과 이미지, 표정만 읽고서 어떤 분위기 인지만 읽고 넘어간다. 글을 씹지 않고 넘어가는 습관이 들었다. 그리고 읽는 법을 알려주는 어른도 없었다. 그래도 무언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좋아해 처음 초등학교 당시 D 포털사이트 카페 판타지 소설 커뮤니티에서 음식이름으로 검술명을 외치는 무협소설, 그리고 요리왕을 꿈꾸는 판타지요리사를 소재로 글을 썼었다.  

 나의 읽기는 입안에서 씹혀지고 우려지는 과정도 없이 그냥 나의 허기를 채우는 읽기만 반복해 왔다. 또한 이해되지 않은 단어가 있다면, 넘어가고 골라내지 않았다. 밭을 간다면 돌이 걸린다면 사전을 찾아보고 문장내 다른 단어와 연결할수 있어야한다. 고로 단어를 음미하는 법도, 단어를 알아내는 연습들을 성인이 되어서도 못했다.

 글을 잘 못읽어서 그런지, 종종하던 그림과 낙서로 시작해 미술전공자의 길로 가게 되었다. 물론 그림과 상관없는 영상과 조각을 했다. 그쪽으로 취업도 해보고 나서는 내 길은 아님였음을 통감하였고 '동화 작가'라는 얄팍한 욕심으로 글쓰는 연습과 그림을 조금씩 연습하게 되었다. 그런데 글쓰기가 여간 쉬운게 아니였다. 글쓰기를 배우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던 차에 대학원에 들어오게 되었다. 반년 전부터 K라는 교수님과 글쓰기를 알려주던 친구가 조언으로 하는 말로는

 

'글을 더듬듯이 읽어라'

 

 글을 더듬듯이 읽어라.  밥도 글도 빨리 먹는 내가 천천히 읽을수 있을려나 싶었다.  대학원 수업과 일반 학부수업을 청강하며 고전을 읽고 쓰는 연습을 하게 했다. 압축적인 단어(혹은 문장)을 풀이하는것과  그대로 읽는 행위가 익숙하기위해 오랫동안 앉아서 읽는 연습을 했다. 처음에는 하얀바다에 검은섬들이 있었다, 사전을 찾아 어원, 한자, 국어의 의미를 파헤쳐봤다. 뇌에 부하가 오면 졸고 다시 일어나고, 읽고, 다시 일어나고. 장과 문단, 문장, 단어를 이해하는 과정은 지금도 힘들지만 내가 이해될수 있는 단어로 풀이가   오는 통괘함이란 아주 높다.